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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은 이러했습니다

제가 짧은 기간인 3년동안 살면서 본 캐나다는 한국 식품에 대해 이미지가 정말 좋습니다.

한국 식료품의 접근성은 정말 높고, 한식 식당도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인이 아니신 분들도 여러 영상매체 등을 통해 소개된 한국 음식 또는 친구를 통해 접한 한국 음식 덕분에 이미지나 선호도가 정말 높다고 느껴집니다.

제가 살고 있는 밴쿠버는 한국 분들도 많으시고 오래전부터 이민이 이루어지던 도시라서 더 가능했을거에요. 아마 몇몇 지역에서는 상황이 조금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식을 좋아하는 저에게 항상 아쉬움이 남아있었는데요. 그것은 바로 맛과 가격에 대한 욕심이었습니다.

밴쿠버 물가 미쳤죠. 밖에서 몇번 사먹고나면 강남가서 일주일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실제로 그렇진 않습니다) 생각이 들 정도로 체감이 상당해요. 최근 각국 경제 상황이 안좋아지면서 식재료 값에 대한 타격도 피부에 많이 와닿습니다.

한식은 밴쿠버에 있는 많고 많은 식당중에서도 가격대가 조금 높다는 이미지가 있는 라인업입니다. 일반 음식점에 가서 찌개류를 먹으면 팁+세금 포함 CAD $18을 심심치 않게 내야하고 철판 요리나 메인류를 먹고 싶다면 술 없이도 두세명이서 명당 $30은 우스워 집니다.

이러한 실정이니 사먹는 것을 점점 멀리하면서 한식을 먹기는 더더욱 힘들어 졌습니다. 자취 생활이라고는 대학교 시절에 기숙사 살고 동생과 살았던게 다였으니 음식을 제대로 할 줄도 모르는 한낱 공돌이에 불과했으니까요. 하지만 밴쿠버로 오게 되면서 저는 어떻게든 한식을 배우고 연습하고 만들어봐야 했습니다. 허구헌날 파스타만 만들어 먹을 수는 없잖아요? 🥲

육회가 먹고 싶더라

밴쿠버에서 육회를 파는 식당은 횟집보다 찾기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신선한 소고기를 공급받는 것, 그리고 그 물량을 꾸준히 소비해줄 소비층의 부재가 겹쳐서 일까요? 그래도 육회라도 먹어야겠다 생각하던 저는 열심히 찾아내고 공부한 끝에 육회를 만들어 먹게 되었습니다.

광장시장 육회 동생이 놀리듯 자랑하던 광장시장 육회 츄릅

물론 한국의 그 맛에 근접하기엔 너무 힘듭니다. 제가 대전 궁동에서 먹었던 갓잡은 소의 신선한 육회 맛은 아직도 불가능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얼추 따라는 갈 수 있어요..!

서론이 쓸데없이 너무 길었습니다. 육회를 어떻게 찾고 만들게 되었는지 빠르고 간단하게 공유해드릴게요!

고기 부위 이름이 정말 헷갈립니다

그동안 시도하기 어려워하고 시행착오를 겪던 이유는 바로 부위 이름때문이었습니다. 나름 한 구글링한다고 생각했는데 찾아보면 자료마다 부위 명칭이 제각각이더라구요? 어느 그림에는 단순히 뭉뚱그려서 엉덩이쪽 전체를 Rump라고 하기도 하고 서로 비교해보면 어느 말이 맞는지 확인이 어려워져서 생각보다 혼동하기 쉽습니다.

보통 육회는 주로 우둔살과 홍두깨살을 사용하여 먹습니다.

우둔(牛臀)은 소의 엉덩이를 뜻하는 단어입니다. 영어로는 Beef Hip, 또는 Beef Round라고 불립니다. 우둔살 및 홍두깨살 모두 이 우둔이라는 카테고리에 속하며 우둔살은 보통 Top Round, Inside Round, Rump라고 하고 홍두깨살은 Eye of Round라고 불립니다.

  • 우둔살은 엉덩이의 안쪽에 위치한 부위이며 지방이 적은 살코기 덩어리입니다. 연하고 담백한데 질긴 맛이 덜하여 육회 부위로 선호됩니다. 엉덩이 안쪽에 위치하여서 Inside Round라는 이름이 붙여진 듯 하네요.

  • 홍두깨살은 우둔살 바로 옆에 홍두깨 방망이처럼 길게 붙어있는 부위입니다. 역시 지방이 거의 없는 살코기 부위입니다. 길게 늘여뜨린 모양새라서 Eye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 같죠?

  • 설도, 설깃은 Bottom Round이라 불리는 부위입니다. 운동량이 많은 부위라서 우둔살에 비해 조금 질기다고 알려져있습니다. 하지만 취향에 따라 이 부위 육회를 선호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하네요.

다른 사진 다 필요 없어요. 열심히 공부한 결과, 이 사진이 최종 결론이었습니다.


출처 - [필리핀 생활] 소고기의 부위별 영어 명칭과 요리용도

Beef Chart
출처 - Buying and cooking canadian beef, canadianbeef.ca

CanadianBeef에서 정리해놓은 pdf인데 이곳에서는 정확하게 모든 부위를 상세히 나누어주었습니다.

이제 부위만 잘 사오면 됩니다

보통은 Round라는 이름이 붙은 것을 찾은 뒤 취향에 따라서 각 부위를 찾으시면 됩니다. 초보 요리사인 제 입에는 우둔살이나 홍두깨살이나 그게 그거였어요.

단, 육회는 말 그대로 고기를 날것으로 먹는 것이기에 신선한 부위로 잘 사야 맛있습니다. 갈변 현상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수준의 고기로 사면 괜찮아요. 갈변은 산소에 노출 될 수록 많이 생기기 때문에 최대한 없을 수록 생산된지 얼마 안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생고기이니 더 조심할 수 밖에 없어요.

정리된 팁을 드리자면

  • 마트마다(심지어 같은 체인이라해도) 고기 공급 일정이 다릅니다. 물론 정말 당일에 갓 들어온 고기라고 해도 아주 신선한 육회라고 기대하기는 참 어렵지만… 그래도 마트의 일정에 가까울 수록 신선도가 높습니다. 이는 2~3일 간격으로 그 마트를 가서 살펴보면 어느정도 알 수 있게 됩니다.
  • 주변 다른 부위들의 Best Before 날짜를 잘 살펴보세요. 자주 소비되는 부위일 수록 재고를 더 받는 편이고 부위마다 날짜도 조금씩 다르더라구요. 하지만 대충 잘 보면 이 마트의 재고 회전율이 높은지 적은지 앵간하면 보입니다. 재고 회전율이 높다면 신선도 좋은 고기를 구하기는 상대적으로 쉬워집니다.
  • 되도록이면 붉은 빛 > 분홍빛 & 갈색 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 핏물이 최대한 안빠져 있어야 합니다. 그만큼 패키징 된지 시간이 지난 것이니까요.

예로 몇가지 사진을 보여드릴께요. 보정이나 필터 없이 제 아이폰이 주는 사진 날 것 그대로를 가져왔습니다.

Eye of Round Steak Eye of Round Steak

Safeway에서 팔고 있는 홍두깨살입니다. 윗 사진에는 Packaged On 날짜가 안적혀 있지만 아래 부위에는 써있네요. 대략 유통기한을 5일로 잡고 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으니 Best Before에서 5일을 뺀 날짜를 기준으로 찾으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물론 정확하진 않지만 육안 상으로도 위에 있는 것이 더 불그스름 했어요.

Eye of Round Roast

사실 Unit Price로 미뤄봤을때 그냥 Roast와 Steak의 차이는 단순히 양인 것 같습니다. Unit Price 자체가 완전 같으니 고기의 질은 둘이 별반 다를바가 없어요. 나는 오늘 육회로 배를 찟겠다 혹은 친구 여러명이서 먹을 예정이다 싶으시면 Roast로 사면 될 것 같습니다. 아니면 일부는 회썰어먹고 나머지는 다져서 산적이나 떡갈비로 만드셔도 됩니다.

Eye of Round Roast Costco

코스트코에서 파는 통짜 홍두깨살입니다. 양이 진짜 많긴 한데 얼린 고기도 맛이 제법 괜찮아서 나쁘지 않은 선택인것 같습니다. 단위 가격도 다른 마트에 비해 훨씬 싸기도 하구요. 이게 2.8kg니까 9인분까지는 가능할 수 있는… 양 같아요.

Bad Sample 1 Bad Sample 2

사진을 잘 보시면 알겠지만 위쪽은 H Mart고 아래는 T&T입니다.

H Mart 사진을 보시면 Best Before가 26일까지 입니다. 제가 19일에 구매를 했으니 최소 7일 정도의 유통기한을 준다는 것인데 색이 상당히 분홍색이죠? 맛도 그저 그랬습니다.

T&T 사진을 보면 그 유명한 Angus Beef 라는데 정작 재고는 전부 23일까지만 있더라구요. 20일 일요일에 봤으니 어쩌면 재고가 들어오는 날에 다시 확인하면 상태가 다를지도 모릅니다.

썰고 양념하기

육회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다보니 예전에 친구들과 육사시미를 먹었던 기억이 나서 찾아봤었는데요,

육사시미와 육회는 뭐 거의 같은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먹는 방법에 따라 구분이 되는 형태라고 합니다. 육사시미 자체가 일본어가 섞인 형태이지만 대체할 용어가 따로 없다고 하네요.

육사시미는 육회와 동일하게 소고기를 이용하지만, 육회는 채썰기를, 육사시미는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생선회처럼 얇게 썰어 먹습니다.

또한 육사시미는 육회처럼 미리 양념하지 않고, 생선회처럼 참기름장 또는 초고추장 등의 양념장에 찍어 먹는 것도 차이점입니다.

즉, 육회와 육사시미는 소고기 부위에 따라 구분되는 것이 아니고, 먹는 방법에 따라 구분되는 것입니다.

출처 - 소고기 육회 만들기

저는 육회가 더 좋아서 양념장들을 여러가지 찾아봤습니다. 취합해봤을때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재료들이 있었어요.

육회 300g 기준

  • 한국인의 긍지를 보여주는 정도의 마늘 한 스푼. 그렇다고 너무 넣으면 맛을 가립니다ㅋㅋㅋ
  • 참기름 한 스푼. 너무 많이 넣으면 물리고 느끼해집니다.
  • 간장 반 스푼. 또는 소금 한 꼬집. 간은 취향에 따라서 하시면 됩니다.
  • (Optional) 후추 한 꼬집.
  • (Optional) 설탕 반 스푼. 대신 꿀을 넣거나 유청을 넣기도 하더라구요.
  • (Optional) 배 1/4개.
  • (Optional) 계란 노른자
  • (Optional) 새싹 채소 또는 채썬 파

저는 최종적으로

다진 마늘 두 스푼, 간장 반 스푼, 소금 한 꼬집, 꿀 한 스푼, 계란 노른자, 그리고 새싹 채소 조합으로 결론이 나더라구요. 물론 이 부분은 적당히 취향대로 시도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만드는 순서

  1. 겉면에 있는 핏물을 열심히 제거한 고기를 1~2시간동안 냉동시킵니다.

    얼린 고기가 채썰기 훨씬 쉽구요, 맛도 시원하게 해서 먹는게 더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2. 고기를 고깃결과 반대 방향으로 채를 썬 뒤, 물기를 한 번 더 제거해줍니다.

    물기가 없을 수록 양념이 잘 묻어나 맛을 살릴 수 있습니다.

    고깃결의 반대 방향이라는 것은 고기의 살점이 나있는 방향을 수직으로 끊어주는 느낌입니다. 이미 있는 선을 가로로 다 그어버리는 거죠. 고기의 근섬유와 결합조직을 끊어주는 작업입니다.

  3. 원하는 대로 양념장을 만들어 짧은 시간안에 젓가락으로 섞어줍니다.

    신선도와 시원한 맛이 떨어지면 맛과 식감이 조금 떨어질 수 있으니 빠르게 해야합니다. 그리고 체온으로 식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젓가락 사용을 추천드립니다.

정리해주세요

  • 우둔살은 Top Round, Inside Round, 또는 Beef Rump라는 이름으로 찾을 수 있습니다.
  • 홍두깨살은 Eye of Round Steak 또는 Eye Round Chuck 이라는 이름으로 찾을 수 있습니다.
  • 최대한 선명한 붉은 색, 그리고 핏물이 안나온 것으로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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